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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바이러스 속 생활의 변화
    독일 생활 2020. 3. 17. 21:42

    아시아에서만 돌고 말것이라는 예측과 다르게 유럽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쳤다. 자기네는 괜찮을거란 생각했다 막상 코로나가 덮치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인상도 받는다. 이웃국가 이탈리아의 상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들 알거라 생각한다. 처음 이탈리아에서 코로나가 시작됐을 당시 코로나 피자라며 그들을 비웃던 프랑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사견이지만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선을 넘을 때가 참 많은거 같다. 그 선을 넘는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스페인도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고 유럽 전체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독일은 국가 전체는 아니지만 월요일인 3월 16일부터 4월 19일까지 학교, 유치원, 체육관 등이 문을 닫았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덴마크, 룩셈부르크 등 인접국가의 국경도 닫았다. 유럽은 주로 국경봉쇄로 들어가는 추세이다. 시댁이 있는 곳인 작센 안할트주는 4월 23일까지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단다. 그래서 나의 시누이는 아이들과 현재 집에 머물고 있고 시누이의 남편만이 장을 보러 간다고 한다. 우리 시부모님 몫까지 장을 봐준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오버릭싱엔이라는 독일 남부 바덴뷔템베르크 주에 있는 아주 아주 작은 시골 도시이다. 이곳에 코로나 확진자가 2명이 생겼고 모두 자가 격리 중이란다. 그외에도 의심 환자의 수는 많다고 한다. 우리 동네 시청도 문을 좁혔다. 예약이 되어있고 건강한 사람들만 볼일을 보러 올 수 있단다. 그래도 이곳은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내가 작은 시골 도시에 살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역하는 모습도 보질 못했다. 또한 한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감염자 동선 공개는 이곳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개인 사생활이 침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 기술적으로도 한국의 기술을 따라가기엔 아직 조금 무리가 있다는게 나의 짝꿍의 의견이다. 감염자의 동선을 모르니 방역을 제대로 할 수는 없어 보인다. 마스크는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보호하고 싶을 때에만 효과가 있지 건강한 사람이 자기를 지치기위해 쓰는건 소용이 없다는게 이곳의 인식이다. 티비에서 조차 그렇게 말을 한다. 독일에서 강조하는 것은 손 잘 씻기와 최소 1M의 사회적 거리 두기. 그리고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은 사람들은 집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티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공익 광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서도 하는 이야기는 손 잘 씻고 사회적 거리 두기. 독일인의 특성상 그런 규칙은 잘 지키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게 독일이 감염자 수에 비해 사망자가 많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도 생각한다. 독일에 오고 처음으로 독일에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2-3주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상황은 급반전을 하였다. 그때부터 독일 사람들의 사재기는 시작되었지만 당시에도 사재기를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비웃음을 샀던건 화장지 사재기. 친구가 사는 괴팅엔은 그리 심하지 않다는데 우리는 점점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이미 많은 해외 사는 한국인 블로거 및 유투버들이 전했듯이 화장지, 밀가루, 파스타, 멸균우우 는 텅텅 비었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젠 점점 인식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당장 우리만해도 만일을 대비해서 쌀 4키로와 파스타 두어 봉지, 토마토 소스를 사놨다. 휴지는 글쎄다... 최악의 상황이 와서 외출이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물로 닦으면 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아직 제이크의 사료가 충분하지만 혹시 모르니 한 봉지를 더 사놓으려 한다. 우리도 이젠 장보러 짝꿍만 혼자 간다. 임산부인 나는 혹시 모르니 산부인과 진료와 제이크 산책 외에는 집에서만 머물기로 했다. 제이크랑 산책을 나가도 거리는 텅텅 비어있고 간혹가다 우리처럼 반려견 때문에 나오는 사람들 뿐이다. 제목 옆에 붙어있는 사진은 상황이 이리 심각하기 전인 독일 사람들의 사재기 초기 때 사진이다. 전에 살던 동네 이웃이 직접 찍어서 보내주었는데 저 통조림만 남아있는 이유가 참 어이가 없다. Erasco는 독일의(렌틸콩 전골(?) 혹은 잡탕(?) Eintopf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냄비요리, 잡탕으로 해석이 된다.) 꽤 유명한 통조림 음식 제조 회사이다. 사진 속에 저 통조림에 써있는게 중국식 채소냄비요리 혹은 잡탕 이다. 에라스코에서 제조하는 통조림 중에 대부분이 독일식이지만 동유럽식 스프, 아시아식 쌀요리도 있다. 하지만 적나라하게 중국식이라고 써져있는 저 통조림은 독일인들의 사재기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래도 저때만해도 상황은 양호한 편이었다. 그때에는 화장지, 밀가루, 파스타 매대가 지금처럼 텅텅 비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미 한국 언론에서도 소개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대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독일 남서부의 작은 시골 도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만 기승을 부릴 때는 아무 변활를 못느꼈다. 그러다 이게 점점 퍼지면서 장을 보러 가면 나이든 몇몇 사람들이 나를 힐끗거리곤 했다. 나를 한번 보고 나의 짝궁을 한번 보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다음에도 사람들이 계속 그러면 나는 기침을 심하게 하는 척 하고 나의 짝꿍은 이탈리아 사람을 흉내내자는 농담을 하였다. 한번은 지난 수요일 산전교실에 가기 위해 기차에 앉았다. 한 젊은 여자가 내 옆에 앉으려다 나를 보는 순간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난 그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난 지금 8개월차 임산부. 누군가 나서서 나에게 사회적 거리를 둔다면 고마울 다름이다. 그 외에 다행스럽게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수준의 차별은 겪어보지 않았다.

     

    나도 지난 금요일부터 예정보다 일찍 출근을 그만두었다. 지난 금요일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었는데 거긴 이미 우리 병원과는 달리 의사며 직원들이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일하고 있었다. 내 담당의가 지금 이시기에 내가 버스로 출퇴는 하는게 너무 위험하다며 내 마지막 근무날까지 병가를 써주겠다길래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나흘 일찍 일을 쉬는거이고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 거기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 병원도 이미 슬슬 진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우리 쉐프는 매주 월요일 교정기로 교정이 안되는 사람들이 하는 수술을 슈트트가르트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한다. 그 수술도 이젠 연기가 되었다. 병원에는 환자와 직원들만 출입이 가능하고 방문자는 사절이다. 수술도 정말 필요한 수술외에는 당분간 금지란다. 치과 교정술은 사실 안하면 생명에 지장에 있는 수술은 아니다. 매주 수요일 가던 산전교실. 내일이 마지막 시간이고 주제가 신생아 돌봄이라 짝궁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둘이 상의 끝에 가서 혹시 모르는 찝찝함이 가지 않아서 놓치는 아쉬움보다 클거같다는 생각에 결국엔 가지 않기로 했다. 그룹창에 보니 우리 말고 오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리고 다음달에 시누와 그녀의 남편이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에 맡기고 우리 아기방 꾸미는 걸 도와주러 온다고 했는데 그것도 취소됐다. 아이들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기는게 더이상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걱정은 호텔에서 일하는 나의 짝꿍... 상황이 이리 심각해지기 전까진 너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짝꿍이 걱정이었고 지금은 손님이 뚝떨어져 걱정이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정리해고까지 예상할 수도 있는 상황...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으니 피해갈 수도 있고 아직 경력이 적은 새직원이니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월급보단 훨씬 적지만 실업연금이 나올테고 상황이 길어지면 재정지원이 나올테니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딱히 산후조리는 부탁할 곳이 없는 내게 만약 짝꿍이 함께 집에 있는다면 그닥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계속 출근하는게 제일 좋은거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면 다시 인력이 필요할테니 제발 정리해고는 피해가길 바라는게 가장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나의 짝꿍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성실하고 도움되는 직원이니 호텔측에서 그걸 간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중국과 한국서 3달 정도 후에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여기도 그럴것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여름이 되고 날이 더워지면 바이러스도 줄어들것이라고도 한다. 나의 예정일은 5월 중순. 하필 이시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다니 타이밍 한번 제대로인거 같다. 그럼에도 딱히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수 밖에. 이 사태가 진정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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