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독일 생활 8년만에 경험한 Osterfeuer
    독일 생활 2019. 4. 22. 22:21

    독일에는 매년 봄에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간 부활절 연휴가 있다. 올해는 4월 19일부터 22일까지가 부활절이다. 어느 해는 3월에 부활절 연휴가 있고 어느 해는 4월에 있고 매년 날짜가 다르다. 각 학교는 부활절연휴를 전후해서 약 2주간 방학에 들어간다. 독일은 주마다 교육정책이 달라서 방학기간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듯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덴뷔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주는 4월 15일부터 26일까지 방학인데 짝꿍이 자라고 나의 시댁이 있는 작센안할트(Sachsen-Anhalt)주는 5월 2일까지 방학이란다. 아마도 4월 19일부터 부활절 방학이 시작됐나보다. 올해 부활절 연휴에 우리는 시댁을 방문했다. 목요일에 퇴근 후 급하게 집을 치우고 밤길을 달려 새벽 3시에 시댁에 도착했다. 독일의 날씨는 참... 그지같다. 흐리고 비내리고 어둡고... 사실상 여름을 제외하고는 날이 화창하고 좋은 시기가 1년에 반도 안된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이번 부활절에는 날이 이리 화창할 수가 없었다. 작년엔 연휴 내내 비내리고 춥고 어두웠는데 이번엔 매일 20도까지 낮기온이 올라갔고 맑고 푸른 하늘이 연휴 내내 계속되었다.

    부활절 연휴의 첫날인 19일 우린 시어머니와 함께 엘베(Elbe)강으로 가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서 강가에 앉아서 일광욕을 했다. 시아버지는 항상 일정이 잡혀있는 분이시라 이번에도 함께하지 못했다. 속초에 어버이 마을을 가려면 배를 타고 건너듯이 이곳 엘베강에도 크기과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속초처럼 배를 타고 엘베강을 건넌다. 3명 왕복요금이 3유로 였던걸로 기억한다. 차를 갖고 타면 요금이 더 추가가 된다. 배를 타면 계산하는 곳으로 가서 요금을 내는데 세상에나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짝꿍의 초등학교 동창이라 우린 공짜로 엘베강 페리는 탔다. 이건 우리 짝꿍네만의 말버릇인지 아님 독일에 전체적인 표현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강가에 있는 모래도 Strand(모래사장)이라고 한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교요함을 즐기며 신나게 노는 제이크를 보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몰랐다. 부활절 연휴 시작인 금요일은 독일어로 Karfreitag이라고 하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날이라 전통적으로는 음악을 크게 트는 것도 파티를 하는것도 삼가한다고 한다. 음식도 화려하게 먹지 않는다고 들었다. 아직도 그런 분위기가 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젊은 세대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비기독교나 비천주교인 이민자들이 많아지만여 점점 옅어지는 분위기 인듯하다. 우린 기독교 집안도 전통적인 독일인 집안도 아니지만 존중해야할 전통이란 생각에 Karfreitag에는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 시댁은 러시아 출신 이민자 가정이다. 한국에 역사적인 이유로 사할린과 연변에 사는 한국 동포들이 있는 것처럼 독일에도 역사적인 이유로 러시아,카자흐트탄 등 구 소련지역에 살고 있는 독일 동포들이 있다. 볼가강에 자리를 잡고 살아서 볼가도이췌(Wolgadeutsche)라고 불리는데 독일 사람들에게 그들은 러시아인이고 많은 볼가도이췌들도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우리 시댁도 대부분 본인들을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하고 러시아 음식을 먹고 러시아말을 하고 러시아 풍습대로 산다. 하지만 나의 짝꿍은 본인은 러시아인도 독일인도 아니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본인이 러시아인인지 독일인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사실 나에겐 짝꿍이 러시아인이던 독일인이던 중요하지 않다. 그냥 짝꿍 자체가 중요할 뿐. 시어머니가 볼가도이췌이고 시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인데 지금은 카자흐스탄인 구소련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다. 짝꿍의 누나와 짝꿍도 그곳에서 태어났지만 짝꿍이 9살 되던해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가족이 독일로 이주해 왔다. 부부중 한 사람이 볼가도이췌인 경우에는 독일로 이사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듯하다. 처음 독일에와서 인터그라찌온스쿠어스(Intergrationskurs)를 했을 때 그 수업에도 러시아에서 이주해 온 부부가 있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러시아식 바베큐인 샤슬릭(Schaschlik)이다.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시댁은 주로 돼지고기로 만들어 먹는다. 고기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썰어서 양파, 소금, 후추로 양념하고 탄산수(Mineralwasser)에 하룻밤 정도 재운 후 샤슬릭 전용 꼬치에 끼워서 구워먹는다. 샤슬릭을 양념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한다. 식초를 넣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그 맛이 또 기가 막히다고 짝꿍이 그랬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사진처럼 맛이 정말 기가 막힌다. 사실 올해 1월에 오랜 생각 끝에 육고기를끊기로 했는데 삼겹살과 샤슬릭 때문에 3개월만에 그 결심을 접고야 말았다.ㅠㅠ 사진상에는 안찍혔지만 샤슬릭을 먹을 때는 식초에 살짝절인 양파나 생양파를 같이 먹는데 그 궁합이 참 좋다. 여러가지 샐러드도 맛있고 짝꿍의 매형은 독일사람이고 우리 시댁도 감자를 엄청 좋아해서 감자는 항상 빠지지않고 등장한다. 저렇게 삶은 감자에 버터를 올려놓으면 열기에 버터가 녹으면서 맛이 부드러워 지는 모양이다. 조카들도 감자를 엄청 좋아지만 밥을 주식으로 먹고 자란 나에게 감자는 가끔씩 먹는 반찬이지 그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음식은 아니라 난 감자는 거의 먹지 않는다. 그리고 난 사실 감자맛을 잘 모르겠다. 짝꿍의 친구까지 불러서 시누이네 마당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다. 

     

     

    그렇게 먹고 마시며 파티가 대충 사그러들었을 즈음에 우린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Petersberg으로 가벼운 등산을 하러 갔다. 원래는 짝꿍, 짝꿍의 친구 크리스, 나 이렇게 셋이만 갈 계획이었으나 조카들을 봐주겠다는 시부모님의 제안에 시누이 부부도 함께했다. 난 제작년 12월에 독일에서 면허를 땄다. 독일은 면허를 따고 2년간 프로베짜이트(Probezeit)가 있는데 이 기간엔 음주는 절대 허용인 안되다. 그리고 그 기간에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엔 프로베짜이트가 연장이 되거나 면허가 취소가 된다. 올해 12월 5일까지 프로베짜이트에 있는 나는 그날 운전수를 하기로 했으므로 바베큐파티 내내 물만 마셨다. 짝꿍의 매형이 그곳 출신이라 Petersberg 지리를 잘 알았고 수도원을 구경한 후 우리를 경치 좋은 곳으로 안내해준다는 말만 믿고 따라갔는데 역시 믿을만 했다. 그곳 경치에 매료되어 넋놓고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시누이가 도촬한 우리 세가족의 뒷모습...ㅎㅎㅎ 참 마음에 든다.

     

     

     

     

     

     

     

     

     

     

     

    그렇게 Petersberg에서 석양을 보고 다시 누나네 집으로 돌아왔는데 매형의 제안으로 옆마을에서 열리는 Osterfeuer를 보러갔다. 독일생활 8년차이지만 여지껏 Osterfeuer에 대해 들어보지도 구경해 보지도 못한 나는 Osterfeuer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독일인이 2명, 독일에서 자란 사람들이 2명이나 이었음에도 이렇다할 대답은 듯지 못했다. 위키페디아에 물어보면 나오겠지만 게으름 만렙인 나는 굳이 찾아보진 않는 걸로....종교적인 이유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불을 피워놓고 먹고 마시면서 화합을 다지는 형태로 갖춰진듯 하다. 부활절에 마을 곳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집에서는 권력을 쥐고 있지만 밖에서는 짝꿍에게 져주는 나. 그래서 우리 짝꿍은 밖에 나가면 기분이 항상 업되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업된 기분에 그곳에서 다시 학교 다니던 시절 친구를 만나 더 신이난 짝꿍은 나를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사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ㅎㅎ;; 독일에선 늘 이방인이 나도 서스럼없이 어우러져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인사 나누며 불을 쬐고 놀았다. 아마도 이곳 출신인 매형의 역할이 컸을 듯 하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매형을 알고 있었으니 그의 가족의 일부인 나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것 같다. 구동독지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같은 이방이 그런 소규모 마을 잔치에 어울리는게 사실 그리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 독일에 와서는 도저히 이곳에 적응을 못할거 같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독일 생활 8년만에 이젠 내공이 생긴건지 어쩐건지 독일 사람들은 이렇게 부활절을 보내는구나 싶으면서 기분 좋은 경험을 한 게 고마웠다.  

     

     

     

    '독일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휴지를 구하다!!  (0) 2020.04.09
    코로나 바이러스 속 생활의 변화  (0) 2020.03.17
    독일에서 하는 새해 맞이-Silvester  (0) 2019.01.02
    안녕하세요.  (0) 2018.10.2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