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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10주차
    임신+출산 2020. 4. 4. 18:45

    3주가 흐르고 다시 산부인과 정기 진료일이 됐다. 그 사이 입덧이었는지 며칠간의 울렁거림에 출근을 못하고 한 3일 정도의 병가를 썼다. 토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출근하기엔 무리였다. 독일에선 아파서 출근을 못할 경우엔 병원에서 써주는 Krankenmeldung이라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가를 낼 수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각각 보험인, 보험회사 제출용, 회사 체출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엔 회사 체출용에 무슨 병(?)인 기호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몇년전부터는 회사 제출용엔 무슨 사유로 병가를 쓰는지가 표시가 안돼있다. 

    병가를 쓰고 며칠 후 내가 가입되어있는 공보험 회사에서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나의 임신 기간에 내가 병가를 썼던데 나와 태아 모두 별일이 없길 바란다. 만약 상황이 심각하다면 6주간 병가를 쓸 수 있다. 그 6주간은 정상적인 월급을 받지만 6주 후부터는 보험회사에서 주는 Krankengeld를 받게될 것이다. 물론 Krankengeld는 정상 월급보다 액수가 적다. 아니라면 Individuelle Beschäftigunsverbot를 나의 산부인과 의사가 써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임신 10주차. 드디어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엔 나의 심장 소리였고 그 다음이 태아의 심장소리였다. 생각보다 빠른 소리에 의사에게 정상이냐고 물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은 일반 성인의 심장 박동보다 빠르다고 하였다. 7주차에 츄파춥스 같던 태아는 흔히들 말하는 젤리곰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네이버에서 후기만 읽을 때는 공감을 하지 못했는데 막상 나의 젤리곰을 보니 정말 귀여워서 받아온 초음파 사진을 한없이 들여다 보았다. ㅎㅎㅎ 나의 자궁 근종은 임신전엔 2센치 정도였는데 임신하면서 자궁이 커지다 보니 크기도 커졌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한 크기를 생각이 안나지만 하나는 4센치를 웃돌고 나머지 하나는 3센치를 웃돌았던걸로 기억한다. 아직은 위험할 정도의 크기는 아니고 설령 크다고 하더라도 임신을 유지할 경우에는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단다. 크기가 얼마나 커지는지 관찰하는 정도... 물론 근종의 위치가 태아에게 위험할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게 맞단다. 다 정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실로 옮긴 후 나의 보험회사에서 보낸 편지를 보여줬다. 이 Individuelle Beschäftigunsverbot를 위해선 의사의 소견서와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사실 난 만 37세의 위험군 산모, 게다가 2개의 자궁 근종까지 있어서 당연히 될거라 기대를 했지만 나의 담당의는 나중에 혹시라도 무슨 위험요소가 있다면 자기가 알아서 써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해당사항이 아니란다. 한국 같았음 고위험군 산모에 속했을텐데 독일은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좀 느슨한 경향이 있는거 같다. 이 Individuelle Beschäftigunsverbot를 제출하게되면 임신 기간 내내 유급 휴가에 들어가게 된다. 집에 있으면서 월급은 다 받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쉽지만 나는 해당사항이 안되니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입덧 자체는 그 3일간 어지럽고 기운 없는거 외에는 딱히 입덧이라고 할만한게 없었다. 다만 임신 초기부터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몇년 전 화폐상 습진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임신하면서 호르몬의 변화때문인지 다시 약해진 면역력 때문인지 피부에 뭐가 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심해졌다. 느낌이 왠지 화폐상 습진이 재발한거 같았다. 가려움증에 잠을 못자는 날이 지속이 되었다. 나의 산부인과 의사는 스테로이드 발라도 된다면서 피부과에 문의를 해보란다. 피부과에 가기 힘들면 가정의에게 가보란다. 그러면서 나에게 2주의 병가를 써주었다. 사실 입덧이 있는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병가를 쓰고 싶진 않았지만 피부가 이러니 2주간 푹 쉬면 나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병가를 받아들였다. 무엇보다도 임신 초기에 나는 스스로 유산의 위험을 염려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스스로 노산이라는 프레임에 같혀 임신 초기에는 걱정이 많았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계류 유산... 임신 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글들... 고령산모에게 계류유산의 위험성이 더 높다는 글들... 그런 상황에서 피부때문에 잠을 못자서 혹시라도 유산이 되는건 아닐까 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진료실을 나오기 전 나의 담당의는 다운증후군 선별검사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선택사항이니 생각해 보라는 설명. 임신 12주차에 진행되고 NT를 보거나 아님 피검사를 통해서 하는 NIFT가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은 임신 사실을 알게된 순간부터 짝꿍과 이야기한 부분. 난 이미 만 35세가 넘었기에 NT보다는 NIFT를 하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독일 말로는 Gen Test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산모가 Harmony Test를 한단다. 그래서 2주 후에 Harmony Test 예약을 하고 2주간 병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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