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임신 시도기.
현재 나는 임신 31주 3일차이고 전 세계적으로 돌고있는 코로나 때문에 지난 금요일부터 출근을 안하고 있다. 원래 예정보다 나흘 일찍부터 쉬는거지만 솔직히 내입장에선 편하고 좋다. 이제부터 거의 매일 밀렸던 임신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임신 이야기를 쓰기 전에 간략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놓는게 약간의 상황 설명에 도움이 될거 같은 생각에 간단히 우리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우리는 5살 차이나는 연상연하 부부이다. 내가 독일로 온 처음 3년은 집에 있었고 짝궁이 직장을 다녔다. 그러다 공부가 하고 싶어진 짝궁 때문에 이사를 왔고 이젠 내가 짝궁을 응원할 차례라는 생각에 아직도 어눌한 독일어로 무턱대고 사회에 나왔다. 그렇게 나는 아우스빌둥을 시작했고 짝궁은 Hocheschule 학생이 되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짝궁의 졸업이 좀 늦어졌고 취직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호텔경영을 공부했지만 독일에서 호텔쪽은 아직까진 대학공부보단 아우스빌둥이 대세였고 독일 사회의 특성상 전공과 다른 분야에 취직하는게 한국만큼 용이하지도 않았다.
처음 독일에 와서는 내가 아이를 갖고 싶어했으나 아직 20대 초반인 짝궁은 원하지 않았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는 상황이 역전이 되었다. 직장이 생기고 나의 삶의 영역이 생겨도 외국 생활에서 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적 고달픔과 생각보다 길어진 외벌이 생활에 지친 나는 아이는 아니란 생각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 제이크가 이미 톡톡히 자식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정확한 계기는 없지만 아이가 갖고 싶어졌다. 내나이 이미 37살. 한국 나이로는 38살이었다. 그리고 나의 짝궁은 드디어 공부는 마쳤지만 아직 취직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짝궁이 취직하면 임신 시도를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구직 활동이 생각보다 길어졌고 어차피 최소 6개월은 걸릴것이란 생각에 그냥 시도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우리의 합의 내용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니 자연임신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제이크랑 셋이서 틈틈히 여행다님서 알콩달콩 살자였다.
임신 준비전에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가서 HPV테스트를 했고 생리주기 어플을 설치했다. 산부인과 검사 결과는 다 정상. 하지만 난 이미 3년전부터 2개의 작은 근종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산부인과 의사는 근종의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술할 필요도 없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내 나이가 이미 35살이 넘었으니 노산이니 뭐니하는 언급도 없었다. 엽산 복용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시도해보시고 임신되면 다시 오세요가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나도 크게 걱정하거나 그런게 없었다.
산부인과 에서 추천해 준 엽산 복용 기간은 임신 시도 6주전부터였다. Femix라는 엽산제를 사서 원래 시도하기로 계획한 기간의 6주전부터 하루 한알씩 엽산을 복용했다. 그러나 복용 6주가 지났을즈음 생애 처음으로 방광염에 걸렸다. 그것도 피가 동반된... 항생제 복용이 불가피 했기에 그렇게 임신 시도 계획은 한달 가량 연기가 되었고 어플에 따라 배란기로 추정되는 기간에 시도를 했다. 나름 증상놀이도 했지만 결과는 비임신. 사람 마음이 참 묘한게 임신에 별 생각이 없다가 막상 시도하니까 이왕이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그렇게 임신 잘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배테기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주문을 했다. 아마존에서 여러개 든 배테기를 저렴한 가격에 주문을 했고 바로 사용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의 여름 휴가가 시작되었다. 그때도 나의 짝궁의 구직활동은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이번 우리의 휴가는 한주는 친구들과 시댁 방문이 나머지 한주는 벽 페인트칠하고 쉬는게 전부였다. 짝궁은 나의 휴가 첫주에 친구들 및 시댁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어플상 그때가 배란기여서 첫주에는 페인트칠과 휴식을 취하고 둘째 주에 방문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린 친구를 방문해서 Harz산에 놀러갔다 시댁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 시댁에서 늘어지게 쉬고 배터지게 먹고 집으로 왔고 나의 휴가는 끝이 났다. 친구들과 시댁에 놀러간 기간부터 이상하게 복통이 있는데 마치 방광염이 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허리도 아프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한번 잠들면 알람이 울리기전엔 깨지않고 자는 스타일이 었는데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깨는 일이 매일 있었다. 방광염이 재발했다는 생각에 가정의에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그 증상들이 사라졌다. 나름 다행이다 생각했고 직장에 다시 출근했다. 그렇게 9월 초가 되었고 생리 예정일에서 2~3일 정도가 지났다. 참고로 나의 생리 주기는 28일이 아닌 26일이고 규칙적이지만 가끔씩은 4일정도 늦어질 때도 있었다. 네이버에서 뒤져본 이렇다할 임신 극초기 증상이 안보였기에 이번에도 4일정도 늦어지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엔 배테기에 맞춰서 했으니 혹시...?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기다리다 주말이 지나도 생리가 시작이 안되면 테스트를 해보자 했지만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금요일 오후 퇴근길에 드럭스토어에 들려 임신테스트기를 사왔다. 우선은 짝궁에게 알리지 않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서 테스트기를 사용했다. 결과는 두줄... 어... 임신이네...? 테스트기를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이었다. CS Go를 즐겨하는 나의 짝궁. 마침 그때가 CS Go 무슨 경기 결승전이 열리고 있었고 짝궁은 그걸 보고 있었다. 두줄이 떠있는 테스트기를 들고 짝궁에게 가서 보여주니 경기에 정신이 팔려 나중에 얘기하자 라는게 그의 첫 반응이었다. ㅎㅎㅎ 그렇게 임신을 첫 확인 했을 때 우리의 반응은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반응은 아니었다.